#대놓고 찌질수 #살인자수 #왜 너 밖에 없냐 수 #난 널 못 믿는다 수 #수 같지 않은 수 #아마도 미인공 #변호사공 #널 위해선 뭐든지 한다 공 #십년 동안 너 하나만 바라봤공 #공포물 #스릴러물 #일공일수
※ 주의 : 이 글은 당신의 "멘★붕"을 노리고 있습니다 ※
※ 밤, 특히 새벽에 보면 더 즐겁습니다 ※
사람을 죽였다.
죽인 건 5년이나 사귀고, 결혼까지 약속한 내 애인 혜경이.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은 정신이 나갈만큼 두려움에 휩쌓이게 만들었고,
그런 때 무의식적으로 찾아간 건, 고등학교 동창이자 현직 변호사인 김현민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 나도 믿기지 않은 내 얘기를 듣더니 차 뒷자석에 세 개의 검은 봉지를 싣고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을 혜경이라고 말한다.
<본문 중>
......
‘후회하지 마.’
그 말이 의미하는 건 뭐지. 무엇을 후회하지 말란 거지.
그 답은 곧 알 수 있었다.
벌려진 셔츠 사이로 녀석의 맨살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툭, 바닥으로 녀석의 셔츠가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욕실 등 아래, 녀석의 몸이 완전히 드러났다.
“……!”
흡, 숨을 들이켰다. 눈을 부릅떴다. 말문이 막혔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다.
녀석은 날 보며 조금 웃는다. 내 반응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자조 섞인 웃음이었다.
“김, 현민.”
눈을 감았다 떴다. 하지만 눈앞의 믿기 어려운 광경은 변함없다.
“이럴까봐 먼저 씻으라 한 건데.”
상처. 녀석의 몸은 전부 상처투성이였다. 크고 작은 상처. 개수를 셀 수조차 없이, 가슴을, 배를, 허리를 빼곡히 채운 상처들. 베여서 찢어진 상처, 무언가에 찍힌 흉터, 흔적만 남은 화상 자국. 도대체, 이건.
설마.
아니, 설마가 아니다. 틀림없다. 이건, 고등학생 때, 한영주 패거리들에게 맞은 상처다. 10년도 더 전에 입은 상처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들.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 담담히 날 보며 웃고 있는 녀석을 향해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 그것이 설령 싸구려 동정에 불과하대도. 어서 뭐든 말해야 한다. 그런 압박을 느꼈다.
하지만 커다란 공이라도 삼킨 것처럼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난 이 녀석이 혼자 이 상처를 견디고 치유하는 동안, 비웃고 손가락질 하던 놈이다. 어쩌다 한 번씩, 할 일이 없어서 도와주는 척을 한 게 고작이었다.
설마, 이런 상처를, 혼자서 감당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으니까. 또래보다 작았던 몸으로,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엇을 인내하고 있는지 몰랐으니까. 난 녀석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괜찮아, 진아. 보기엔 안 좋지만, 아프진 않으니까.”
김현민이 다가와 손을 뻗는다. 그리고 내 얼굴을 감싼다.
“그러니까 울지 마.”
“아…….”
울고 있었던가, 내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말라 있어야 할 얼굴은, 녀석의 말대로 젖어 있었다.
분명히 좀 놀라기는 했다. 왜 후회하지 말란 말을 한 것인지 이해했고, 녀석이 숨기려 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이렇게 눈물을 흘릴 정도의 일이었던가.
왜, 나는 울고 있는 거지.
“진아, 씻자.”
아까까지의 망설이던 모습이 사라진 김현민은 이미 평소대로 돌아와 있었다. 녀석은 태연한 동작으로 수도꼭지를 열었다. 후끈한 김을 뿜는 뜨거운 물이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린다.
하지만 내 시선은 녀석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 등에 붙어있는 상처에 놀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길게 이어진 상처. 큰 상처였다. 어쩌면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엄청난 상처였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깊게 베인 상처.
눈이 퍽퍽하다. 목이 아프다. 가슴이 쓰리다. 입술을 악물었다.
미안하다. 몰라서, 알아주지 못 해서, 미안하다, 김현민.
“… 왜, 도와달라고 하지 않은 거냐.”
“선생들조차 알면서도 외면했는걸. 그땐 혼자 견디는 것, 그게 최선이었어.”
녀석은 내게 등을 보인 채 태연히 중얼 거린다. 짜증이 난다. 아무리 상처가 나아도, 흉터는 하나도 사라지지 않은 채 이렇게 남아있는데. 괜찮을 리가 없는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녀석이, 짜증난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서 시작되는 상처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허리까지 이어져 있는 상처를 따라 손가락을 미끄러트렸다. 조금 떨리는 손끝에서, 녀석의 등 근육이 생동감 있게 움찔 거린다.
갑자기 펄쩍 뛰듯, 녀석이 뒤로 돈 건 그 때였다. 돌고서 어딘가 곤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진아?”
“그래서, 죽인 거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말이 튀어 나갔다.
김현민. 넌 이 상처들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래서 그 놈들을 죽인 거냐. 너의 몸에 그런 상처를 남긴 놈들을 찾아다가, 절대로 널 의심하지 못할 방법으로 철저하게 죽인 거냐.
묻고 싶다.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다.
그런데.
녀석은, 웃었다. 짙은 눈썹 아래 둥근 눈 꼬리를 반으로 접으면서, 우물쭈물 대고 있는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뭘?”
갑자기 뱃속이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뜨거운 물줄기 때문에 욕실 안은 후끈하게 데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얼음 덩어리로 문지른 것처럼 뒷덜미가 오싹하다. 시선이 빙글, 어지럽다.
“내가 뭘 죽였다는 거야, 진아?”
웃으면서 상냥하게 묻는 얼굴에 어째선지 저절로 다리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머리가, 쿵 소리를 내며 울린다. 아프다. 두통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솨아아, 폭포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온수에 발끝이 뜨겁다. 수증기 때문에 시야가 흐릿하다. 녀석의 하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말해 봐, 진아.”
상냥하게 웃으며 재촉하는 말에 저절로 입이 움직였다.
“하, 한영주 패거리들.”
목소리가 듣기 싫게 뒤집어졌다. 가슴이 쿵쿵 고동을 높여간다. 숨이 막힌다. 녀석이 한 걸음, 내게 다가온다.
“그래서?”
“네가 그 놈들의 장례식에 전부, 참석한 이유.”
쿵쿵쿵, 심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뛴다. 꼭 심장이 귓속에 들어있는 것만 같다. 김현민은 노란 욕실 등 불빛을 반사하며 검은 눈을 더욱 새카맣게 빛낸다. 천천히 느릿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내게 다가온다. 침을 꿀꺽 삼켰다. 약해빠져 보일만큼 선한 얼굴, 그 아래의 상처투성이 몸이, 유난히 위압적이다. 당장이라도 내 목줄기를 낚아챌 것만 같다. 발이, 녀석을 피해 저절로 뒤로 물러난다. 등 뒤로 욕실 벽, 차가운 타일이 닿았다. 뜨거운 공기와 달리 서늘하고 차가운 감촉에 찌르르, 오한이 온 몸을 달린다.
거칠게 얕은 숨을 몰아쉬었다.
“… 다섯 놈들의 장례식에 전부 참가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네가 그 놈들을 죽였기 때문이잖아.”
김현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앞까지 다가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조각상처럼, 조용히, 그저 까만 눈으로 날 보고만 있을 뿐이다. 새카만 눈, 그것이 꼭 먹이를 발견하고 당장이라도 덤벼들 준비를 마친 파충류의 그것 같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그 때였다. 김현민이 땅 아래에서 울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중략-